가을 단풍이 보고 싶어져 오랫만에 BISHOP을 다녀왔다. 10월 첫주면 에메랄드빛 호수 주위에 노란색 단풍이 오렌지색, 빨강색 단풍과 더불어 장관을 이루는 그곳을 향한 가을 나들이를 몇 년째 미루다가 올해는 좀 늦은감이 드는 삼주째에 무작정 갔었다.
십 여년 전쯤 성당의 형제, 자매님들과 처음 비샾에 가서 사브리나 호수를 끼고있는 산을 향해 하이킹을 갔을때의 일이다. 발걸음이 빠른 어느 형제님의 뒤를 따라 올라 가던중 숨을 고르던 사이 남편과 나의 시야에서 브랜든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걱정은 되었지만 아마도 앞서 가던 형제님을 따라서 올라갔을거라고 생각했었다.
한참이 지나도 보이지 않던 형제님을 따라서 내려오는 브랜든과 만났을때 우리를 보자 마자 브랜든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다. 한 시간 가량 떨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브랜든의 얼굴은 며칠을 혼자 헤매고 다닌 아이처럼 두려움으로 초췌해져 있었다. 심각한 아이의 모습과 미안함과 웃음이 동시에 베어져 나오는 남편의 얼굴이 대조를 이루는 그 순간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함께 산행을 했던 꼴베형제님이 남편과 브랜든이 만나는 장면을 일일이 재미있는 설명까지 붙여서 만들어주신 사진은 지금도 브랜든의 책상에 놓여 가끔씩 그때를 회상하며 미소짓게 한다.
에메랄드빛의 사브리나 호수는 매년 10월이면 노란색 단풍과 더불어 그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오곤 했었는데 몇년째 계속된 가뭄으로 인해 호수의 물이 많이 말라버려 여기저기 바윗돌들이 튕겨져 나와 있고 아이들과 함께 따뜻한 코코아를 마셨던 까페도 문을 닫아버려 을씬년스런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예전의 풍요로움은 많이 사라져 버렸지만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과 단풍 나무숲이 지난날의 추억들을 되돌려 주었다.
함께 갔었던 다른 가족들과 함께 점심을 먹던 INTAKE II 캠프그라운드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을 햇빛아래 혼자 타는보트에 앉아 낚시를 즐기고 다른 한쪽에선 옹기종기 모여 켐핑을 하고 있었다. SOUTH LAKE의 산기슭을 가득 채운 자작나무숲의 노란 잎들은 가슴 뭉클하도록 푸른 가을 하늘의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부모를 놓쳐버리고 울음을 터트리던 소년은 어느새 청년이 되어 대학에 가있어 그곳에 함께 있지 않았지만 차가운 개울물에 손발을 담그고 물장난치며 깔깔거리던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SOUTH LAKE에서 만난 펑펑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과 함께 하늘에서 땅으로 춤추듯 날라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