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너희 무덤을 열겠다.
그리고 내 백성아, 너희를 그 무덤에서 끌어내어
이스라엘 땅으로 데려가겠다." (에제 37, 12)
이번에 한국에서 아그네스 한인 본당으로 소임 이동되어온 정구평 마르꼬 신부입니다. 19일에 도착해서 앞으로 며칠 더 자가 격리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이들 힘드시지요? 지상에 내려진 재앙이라고 봐야 하는지요? 아니면 인간의 욕심과 무질서가 너무나 커서 그것이 무서운 바이러스로 벌을 내리고 있는 걸까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쉽게 마음이 풀어지거나 밝은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는 재의 수요일부터 금년 사순 시작으로 침묵과 보속과 개인적인 신앙 안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신자들은 사순 기간 내내 성체도 모시지 못하고, 방송을 통해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이제 미국은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아졌다고 합니다.
어제 교황님이 성체 강복과 축복의 기도하시는 모습을 유튜브로 함께 하면서 마음으로는 울고 있었습니다. 이 고요함과 내적인 탄식, 그리고 어떻게 주님께 이 세상에서 울부짖는 당신 백성의 마음을 전달해 드려야 하는지 교황님의 마음이 읽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우리 각자의 삶의 여정 안에서 그동안 스스로든 환경으로든 아니면 질서가 없이 삶에 대한 다양한 욕구들이 갖가지의 무덤을 만들어놓고 스스로 갇혀 지내온 것은 아닌지 겸허하게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성찰하게 됩니다. 힘들고 지치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여기서 멈출 수 없는 우리의 길이니까요.
더 깊은 호흡과 더 큰 마음으로 외롭게 십자가의 여정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예수님의 그 길을 뒤따라가며 좀 더 기운냅시다. “내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어줄 수 없는 임종환자들을 방문할 때에는 당신을 위해서는 아무런 힘은 없지만 당신을 위해서 내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라고 혼자 기도했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기도합니다. 예전처럼....